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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ㅡ 세찬 빗소리와 함께 눅눅한 물비린내가 코 끝을 스쳤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반복되는 소음들이 끝없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소음의 틈새에서 울렁거림이 밀려오듯 하더니 이제는 익숙해져서 소음이 없으면 오히려 어색한 침묵이 이어져 괴로움이 한켠에 자리잡곤 했다. 나는 추운 그 날씨 아래에서 우산을 쓰고 한참 서있었다. 정형화 된 어떠한 어조와 딱딱한 웃음이 아직도 매마른 듯 올라오기에 심장께가 욱씬거렸다. 빗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는 어디로 가야할까.
새벽 공기에도 깨지 않는 꿈을 꾸고 있었다. 우산 아래에서 자명종 소리를 들었다. 잠옷을 입은 내가 바라보는 것이 바로 하늘이다. 햇빛이 화사한 풍경을 보고 싶었지만 눈 앞에 있는 것은 웅덩이와 그 곳에 비추어지는 우산을 쓴 누군가. 이 곳에는 나 혼자 있다는 점은 변치 않았구나. 태연하게 고개를 저었다.

가로등이 눈 앞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시린 마음은 오늘도 결국 정리가 불가능했다. 비는 끝없이 내리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있으며 생각했다. 몇 시간 째 가로등 아래에서 멍하니 손을 뻗어서 바람을 맞이하다 보니 생각이 들었는데, 나는 왜 여기 있지. 손에 들고 있던 성경책을 떨어트렸다. 그제서 그 앞에 쪼그려 앉아 그 성경책을 바라보다가 책이 물에 젖어가는 것을 보고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은 걷혔는데. 햇빛은 나오는데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문뜩 무언가가 생각났다.

칸트의 인식론이라는 것을 언제 들은 적이 있다. 인간의 이성은 어떤 종류의 인식에 있어서는 특수한 운명을 지니고 있다. 즉 이성은 자신이 거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대답할 수도 없는문제로 괴로워 하는 운명이다. 거부할 수 없음은 문제가 이성 자체의 본성에 의해서 이성에 과해져 있기 떄문이요, 대답할 수 없음은 그 문제가 인간 이성의 모든 능력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성이 이러한 곤경에 빠지기는 하되 그 책임은 인간의 이성에 있지 않다. 이성은 원칙들에서 출발하고이 원칙들은 경험의 진행 과정에 있어서 반드시 사용되는 동시에, 경험이 원칙들의 사용을 충분히 실증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신의 존재에 대한 것이다.

신이란 있는 것일까?

철학적 사고에서 자연, 인간, 신이라는 틀에서 생각의 틀은 벗어나지 않았다. 고대는 자연을 생각하였고, 중세는 신을 생각하였고. 마지막으로 근세에 들어서 인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 나머지 둘은? 물론 생각을 하긴 했다. 단지, 대표적으로 생각하던 것들이 그런 것일 뿐이다. 인간의 이성은 이렇게 무언가를 생각할 때 그 하나를 위해 나머지를 밑에 깔고 들어가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성은 혼미와 모순에 빠진다. 자신들의 오류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 하며 은폐하려고 하는 것이다. 잘 모르겠다면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중세라는 시기를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 요즘 역사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것은 지적을 받고 있고 누군가는 고치려고 하지만 누군가는 이를 유지하려 한다. 바로, '중세'라는 시기는 애매하나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고대라는 시기에서 중세로 넘어가는 시기는 로마 중 서로마가 멸망한 시기의 이전을 모두 고대라 읊는다. 근세는 세계에서 일어난 전쟁과 산업혁명 이후로 나타낸다하지. 무슨 소리인지 알겠어? 중세라는 시기가 그렇게 어중간한 자리를 위치한다는 것은. 결국 나의 모습과 같았다.

춥다.

청소년의 시기, 나는 이 세찬 빗소리 아래에서 하염없이 우산을 쓰고 하늘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우산을 떨어트리고 점점 젖어가는 머리카락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눈 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있는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고 말이야. 어느샌가 거리의 끝에 다다르고 있었다. 어중간하게 아이도, 어른도 아닌 중간의 이방인.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이 시점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서나 외부인 1로 자리잡았다. 온몸에 있는 상처가 찢어진 듯 아프다. 그리고 쓰리기만 하였다. 가슴께를 매만지다가 고개를 저었다.

세찬 빗소리와 함께 눅눅한 핏비린내가 코 끝을 스쳤다.

오늘 나는 또 한번의 이방인이 되었다. 주변인으로 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오롯, 그 자체로 안다. 누군가에 쫓기는 느낌이 들리며 한 편의 스릴러를 남겼다. 모의고사 시험지를 다 찢어 그 위로 물이 드리우도록 하였다. 신은 없다. 그것이 결론이었다. 신이 있었다면 나의 동생이 내 옆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질 일도 없었겠지. 이성적으로는 없어야한다.
도덕의 문제라면 있어야 겠지만.

춥다.

신을 믿었던 시기. 나는 이 세찬 빗소리 아래에서 하염없이 우산을 쓰고 하늘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우산을 떨어트리고 점점 젖어가는 머리카락에서 피가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눈 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있는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고 말이야. 어느샌가 생명의 끝에 다다르고 있었다. 어중간하게 아이도, 어른도 아닌 중간의 이방인.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이 시점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서나 외부인 1로 자리잡았다. 온몸에 있는 상처가 찢어진 듯 아프다. 그리고 쓰리기만 하였다. 가슴께를 매만지다가고개를 저었다.

나는 살아있지 않아야 할 사람이었음을.

쏴아아아- 세찬 빗소리와 함께 꿉꿉한 공기가 내 목을 졸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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