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 괜찮아. 그러니까 제발,
제발.
내 앞에 다시 돌아와서, 내 눈앞에서 부탁해줘. 마음속 깊숙이 울렁이고 있는 감정들은 그저 파도처럼- 그렇게, 그렇게. 하얀 거품을 내었다가, 다시 사라지는. 불가능한 바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바람은 멈출 생각이 없어서, 그래서 계속 내 마음이 그렇게 파도치는 걸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속이 탔다. 차라리 내가 그때 너와 함께 떠날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지금 나는 덜 아팠을까. 떠오르는 의문은 영원히 해답을 찾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한없이 비참해졌다.
있잖아, 내가 미래에 정말 잘하고 있는지,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진 않은지.
…남을 위하는, 그런 좋은 사람이 되어있는지 옆에서 지켜봐주라.
헤매고 있을 리가 없잖아. 내가 본 너는, 나 없는 약 2년 동안 혼자서도 잘 걷고 있었으니까. 내가 없었어도 너는 잘했을 거야.
하지만 나는, 모르겠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답은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작은 속삭임은 입술 새로 안개처럼 새어나가 흩어져버렸다. 따뜻한 황색의 불빛 하나에 의지해, 삐뚤빼뚤한 글씨를 읽는 내 마음에도 안개가 드리웠다. 10년 전, 반짝이는 미소를 가진 어린 네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아 눈을 꾹 감았다.
나에게 경찰이 어울린다 말해준 너라면.
내 바다인 너라면.
지켜봐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하는 부탁이야. 뭐…. 싫다면 굳이 들어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너의 바다는, 이제 반짝일 수 없는데. 샛별아, 너는 어디로 떠났니.
음….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려나.
늘 고맙고, 고마워?
아마도, 나한테 넌 많이 소중해. 계속 곁에 있을 수 있을까. 그러길 바라, 나는.
이걸 읽고 있을 미래에도.
…나도 고마워.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비는 또다시 내리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나는 어떻게 주체할 수 없는 채, 대답해주지 않을 하나의 낡은 종이에다 다시, 또다시- 반복해서 네 이름을 부르는 수밖에 없더라. 더 일찍 말해줄걸. 너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고. 결국, 널 죽인 건 나의 부족함이나 마찬가지인데, 왜 너는 여전히 내가 소중하다고 말하고 있을까.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네가 내 곁에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지만- 그 바람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거친 파도가 몰아치게 했다.
자책은 자괴감을 낳았고, 나는 그 빌어먹을 늪에 빠져들어 가고 있는데, 너는 어디 있는 건지……. 부탁이니까, 돌아와달라고. 돌아와서 자책하고 있는 날 찾아와 한 대 치라고. 아무리 빌어도, 네 대답은 나에게 닿지 않는다.
샛별이 없더라도, 바다는 푸르게 빛날 거라는 네 말은 틀렸다.
세상에 어느 곳에 있는 바다가 샛별 없이 푸르게 빛날 수 있을지 몰라도,
나의 바다는 너라는 샛별과 함께 빛을 잃었다.
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쏴아아아- 세찬 빗소리와 함께 눅눅한 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
비는 잠시
그치고
내 생각은 영영
잠기고
-김안로, "장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