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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쏴아아아- 세찬 빗소리와 함께 눅눅한 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 니힐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베드 테이블을 손으로 더듬었다. 물, 물이 필요했다. 목이 말랐다. 당연했다. 악몽을 꿀 때면 식은땀을 잔뜩 흘리곤 했으니. 잔을 찾아 남아있는 물을 다 마시고 비운 그는 고개를 떨궜다.

 

…악몽을 꿨다.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지독한 악몽이었다.

 

*

 

네가, 내 손을 잡았다가 놓는 꿈이었다. 숙였던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때는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

 

.

 

.

 

분명히 시간은 오래 지났는데,

 

너는 여전히 내 곁에,

 

그리고 나는 여전히 네 시간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았다.

 

물론, 멈춰 있는 사람은 나 혼자겠지만.

 

   꿈은 때로 더 현실 같고, 현실은 더 꿈 같을 때가 있다. 너와 내가 그랬다. 평생 하늘에 떠있을 것만 같던 샛별은 내 눈앞에서 빛을 잃었고, 그것을 봐야 했던 나의 바다도 함께 빛을 잃었다.

 

...-.

 

너는 그때 왜 내 손을 놓아야 했을까. 몇 번이고 되돌아가 보아도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무력했고, 너는 지키고자 했었다. 그리고 그런 널, 나는 지키지 못했다.

 

   묻고 싶은 질문들도, 하고 싶었던 말들도 많았지만, 결국 하지 못한 말들은 물거품이 되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이제 내가 아무리 말해도, 너는 대답하지 못하겠지. 가슴이 무겁고, 숨이 막혀와서- 침대 맡에 있는 베드 테이블의 서랍을 열어 손때를 탄, 두 번 접힌 종이를 꺼내 들었다. 아직 어린 나이. 너와 함께 묻었던 타임 캡슐에 남아있던 편지였다.

 

나, 네 말 듣고 결심했거든.

 

   알아, 나도. 10년 후의 너는 정말 멋있는 사람이었어. 네가 경찰이 되었다면 더 멋있었겠지. 내게 마지막으로 남겨진 네 편지는- 너의 기억을 내게 각인시켜주는 도장이나 마찬가지라, 이제 나한테는 평생 놓지 못할 물건이 된 지 오래였다. 하지만 답해주고 싶은 네 질문도, 널 안심시키고 싶던 말들도, 모조리 나 혼자 짊어져야 하는 짐이 되어버렸다. 이제 내가 네게 줄 대답들은, 언제나 내 방 안에만 머물러 있겠지.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아야 할 심장이 이상하게 욱신거려서, 편지를 들고 있지 않은 빈손을 심장 위로 얹었다.

 

음, 그래서 너한테 부탁 하나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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