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 안녕이라고 해도될까.
때는 아니지만 말로 할 수 없어서 이렇게라도 적어봐.
아, 두서없어도 이해해. 이런 거 쓰는 게 처음이라 어떻게 써야될 지 잘 모르겠으니까.
말로 하는 것보다 글이 더 나을 때가 있다잖아
매번 네가 먼저 찾아와줬는데 이젠 내가 가도될 거 같아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까하다 생각한거거든
이미 시간은 많이 지났지만
보고싶어, 생각보다 아주 많이 너를… ]
종이를 반으로 접어 연한 보랏빛의 종이봉투에 넣고선, 서서히 밝아오는 창가로 다가가 바깥을 내다본다. 여전히 세찬 빗소리. 손을 대면 그 차가운 감각에 이마를 툭 기대어 눈을 감는다.
지금이 아니면 못할 거야. 생각날 때, 하자고 할 때 하지않으면 평생. 못하게 될 거야.
라이터 하나와 답배갑, 종이봉투를 고이 주머니에 넣고선 우산을 챙겨 밖으로 나선다.
고작해야 2시간 남짓한 수면시간 탓에 안대로 가리어진 왼쪽 눈가를 꾹 누르고선 어깨에 우산을 걸친 채 주머니 속 담배를 하나 꺼내 마른 입술에 물어 불을 붙인다. 깊게 들이마시면 타들어가는 그 끝으로 길게 늘어지며 흩뿌려지는 연기. 바닥에 꽁초가 두개, 세개. 마지막 네개째 연기를 내뱉고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 어느 덧 3년전, 꽃잎과 장갑을 흘려주었던 그 곳에 다시금 멈춰선다.
강바람은 그 때보다 더 아리게 뺨을 스쳐가, 몸이 떨려 옷깃을 여며도 그 한기는 지독하게도 차갑기만해.
종이봉투를 주머니속에서 꺼내면 그 위로 가볍게 입을 맞춘다.
놓지않을 거야, 아니 못 놓을 거 같아. 여즉 굳어있던 얼굴에 서서히 웃음이 번진다.
라이터를 꺼내 종이봉투의 끝에 불을 붙이면 잠시 동안 따뜻해지는 주변공기.
너만 생각해도 이렇게 아프고 그리워진다.
종이가 거의 다 타들어갈 즈음 손끝이 뜨거워지면 그제야 놓아, 바람에 잿덩이가 흘날려 날아간다.
검은 비 속, 후련한 듯 내뱉어지는..
사랑하고 있어. 아직까지도.
단 하나뿐일 나의 꽃….. 이치은. 너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