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은 자세히 말하지도 않았는데 알아내다니 전문가는 달라! 조사관의 눈에 놀라움이 번졌다.
실은 이전의 사건들을 알고 있다면 어려운 추리가 아니었지만, 그 당시 조사관은 다른 이였으니 알 턱이 있나. 갑자기 남자의 유능함을 부각한 분위기가 마땅찮은 흰족제비가 얄팍한 입술을 비죽였다.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어. 상해를 입힐만한 역사가 있지. 신참, 그쪽도 알아둬."
조사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 옛적에... 신참은 모르던 케케묵은 과거의 일이 눈썹을 잔뜩 치켜올린 흰족제비에게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볼펜 굴러가는 소리가 바빠졌다.
"하세는 갓 성인이 된 솔개였어. 가로수길 족제비 네에는 친구가 있었지. 함께 성인이 된 기념으로 그 해 첫 여행을 떠났거든. 족제비네 친구, 인간 친구와 다른 하나는 뱀이었고. 그리고 여기서 문제가 생겼어. 하세만 성인 파티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수색을 했는데도 못 찾아서-"
"실종자가 됐고."
흰족제비의 마무리를 이어받은 남자의 목소리가 축 처졌다. 눅눅한 습기에 안타까움이 녹아든다. 삑삑. 남자는 히터의 세기를 올렸다. 제멋대로 뻗친 머리카락이라도 축축함을 면해야 했다.
"그런데 왜 족제비만 목표가 된 겁니까?"
다른 친구들은? 조사관의 의문에 묵묵히 타르트 접시를 비우던 안경이 포크를 내려놓았다.
"마지막 행적이 족제비였다네."
안경은 겨우 한마디만 건성으로 내뱉고는 일말의 동요 없이 논의에 열중한 이들이 손대지 않은 쇼트 케잌 접시를 자기 앞으로 끌어 놓았다. 딸기는 맛있어. 과일은 옳아. 입안에서 환상적으로 녹는다. 안경은 계속해보라는 듯 단정한 속눈썹을 내리깔고는 턱짓했다. 조사관의 시선이 이어 설명해줄 이를 찾아 부산스럽게 옮겨 다녔다.
"그래서 족제비 탓이었다는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증거가 없으면..."
"그래. 증거가 없었지! 동기도 없었고. 그 동네 경찰들이 발로 뛰고 구르며 이 잡듯이 추적을 해도 이후로는 아무 행적이 발견되지 않았어. 그래서 오히려 족제비가 비난의 대상이 된 거야! 인간이랑 뱀은 알리바이가 있다는데, 그놈들이거나 전혀 다른 범인일 수도 있는 법인데 어지간히도 족제비 탓을 했어."
점점 말이 빨라지던 흰족제비가 흥분하며 찻잔을 쾅 내려놓았다. 그 기세에 조사관의 노트에는 엇나간 줄이 직 그어졌다. 옛일이지만 곱씹을수록 그때의 분통 터지는 감정이 밀려와 흰족제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잊힌 줄 알았는데. 하필 이번 사건이 관련되어 있었다.
악의다. 피해자는 족제비 친구의 이복동생이었다. 터울이 많이 차이나서 열 한 살이 된 아이. 족제비 친구는 성인이 되면서- 정확히는 그 실종 사건 이후로 자취를 시작했다. 명절이나 동생의 생일에는 본가에 방문한다던데. 참, 마침 명절이었다. 족제비 친구가 돌아올 때를 노려 보란 듯이. 보란 듯이...!
"...의도 한 거야. 분명히 연관돼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