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로고.png
세모2.png
2-1.png
2-2.png

쓰러진 동생을 붙잡고 응급실로 달려가던 가로수길 족제비가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다행히 아이는 살았지만,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은 매한가지였겠지. 으르렁거리며 찻잔을 꾹 쥔 흰족제비의 손끝이 머리칼만큼이나 하얘졌다.

 

"벌써 5년 전 일이예요. 이 목걸이는... 가족들에게 없었죠. 솔개 가족들이 목걸이라도 찾아달라고 부탁했었기 때문에 기억해요."

 

차로 입가심을 한 남자가 단서를 꺼냈다. 달달한 쿠키의 잔여물이 끈적하게 입안에 눌어붙어 있는 것 같은 불쾌함이 엄습한다. 조사관을 제외한 참석자들은 모두 대략적인 사건을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선뜻 꺼내지 못한 이야기. 아니기를 바라는 희망. 실종자 솔개 하세의 목걸이란 남자의 판정은 불안한 심증에 확실히 못을 박았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하세의 가족이 되었는데 그들에겐 오래전부터 목걸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누가? 하세 본인이? 조사관은 그사이 케잌마저 몽땅 해치운 안경이 슬그머니 건네는 자료 한 부를 받았다. 언제 준비해 뒀는지 하세의 실종에 관련된 문서였다. 팔랑팔랑 넘긴 얇은 종이가 쌓여간다.

 

"살아있었다면 5년 동안 행적이 없을 수가 있습니까? 가족들이 애타게 찾았을 텐데."

 

"이론적으로는 가능해요. 드라마틱하게 사고로 기억을 잃었다던가."

 

힘없이 어깨를 으쓱이는 남자의 말에 흰족제비가 진지해지라며 의자를 한 번 더 걷어찼다.

 

"현실적으로는 새 부족을 찾아서 구성원이 되는 방법이 있죠. 무사히 인정받았다면 신분을 새로 만들기도 해요. 절차는 당신과 상관없으니 더 궁금해 하지 마시고. 쉿."

 

남자는 검지를 들어 입술에 붙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애매한 일반인인 인간이 변종의 행정을 속속들이 알 필요는 없다. 힐끗 살펴본 조사관은 이 정도의 정보로도 저만의 추리 가닥을 잡았다.

 

 

 

"살아있었다면 금방 돌아와서 범인을 밝히지 않았겠습니까? 5년을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돌아오지 못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수작질하지 마. 하세는 아니야."

 

괜히 사람을 꼬여내는 남자의 훼방에 흰족제비가 냉랭하게 쏘아붙인다. 늘 넋 빠진 것처럼 굴면서 속을 알 수 없는 놈. 장난이라 여기기에는 남자의 품행도 저만큼 지치고 피로해 보였다. 지나치게 오래 담겨있던 티백이 쓰다.

 

"확신해요?"

 

"내 감이. 미안하지만 하세는 영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것 같아서."

 

흰족제비는 즉답했다. 때때로 그의 강렬한 감은 꽤 잘 들어맞았고 지금도 확신은 굳건했다. 우두머리의 자리를 여태 기민하게 유지해 올 수 있었던 아주 유용한 재능이었다.

 

"실종사건은 5년 전부터 여기 살던 변종이라면 다 알아. 목걸이도 알고 사건도 아는 놈이 하세의 이름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질렀거나 하세와 가까운 놈의 보복이거나 둘 중 하나야. 목걸이야 비슷하게 만들면 그만이지."

 

"하지만... 하세 것이 맞아요."

세모3.png
세모3.png
안내.pn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