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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크 남방이 옆머리를 쓸어 넘기며 사뭇 정중하고 비장한 어조로 먼저 운을 뗐다.

 

  "이 분야에 도움이 되실 것 같아 불렀습니다. 이전에 관련된 적이 있다고..."

 

  "됐고, 이거부터 봐. 이거 알지? 어디 건지."

 

  흰머리가 체크 남방의 말을 가로챘다. 남자의 코앞에 들이민 상자에는 드림캐처 목걸이가 하나 들어있었다. 흔한 액운막이 장신구 같았지만, 형태가 퍽 눈에 익었다. 가운데에 상어 이빨이 꿰어져 있고 청색 녹색이 섞인 색실 끝에는 깃이 달려있다. 모스 부호처럼 간격을 일정히 띄운 특유의 매듭은 의미가 있는데-

 

  "솔개네요. 솔개 부족이 만든 거예요."

 

  그런데 이게 왜요? 드림캐처를 살펴보던 남자가 의아한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얼마 전 어린 족제비가 다치는 사건이 있었어."

 

  흰머리가 대답하며 미간을 좁혔다. 인간들 사이에 섞여든 변종 사이에는 대대로 지키던 불문율이 있었다. 은원 관계에서 성인이 되지 못한 어린아이는 제한다. 그러나 사건은 터지기 마련이고, 이것도 그중 하나였다. 홀로 넓은 소파를 차지한 흰머리, 흰족제비의 우두머리는 신경통이 도지는 것 같아 차를 한 모금 넘겼다.

 

 

 

  "그래서 찾는 게 만든 사람이에요, 아니면 목걸이 주인이에요, 범인이에요?"

 

  "그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남자의 질문에 체크 남방이 노란 자료 폴더를 펼쳤다. 가능한 모든 내용을 꽉꽉 채워둔 두께에 고정핀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목걸이는 사건 당일 피해자의 곁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 목걸이가 누구 것인지 모른다는 피해자의 진술로 미루어 보아 주인이 용의자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일부러 두고 갔다고들 합니다만. 혹은, 주인과 어떤 관계가 있었던 자가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또..."

 

  "거기까지, 거기까지."

 

  이번에 점점 길어지는 체크 남방의 말을 끊은 것은 남자였다. 목걸이의 주인을 알면 큰 실마리라 되리라는 기대가 체크 남방의 눈빛에 넘실거렸다.

 

  "그럴싸하네요. 솔개의 이 목걸이는 의미를 담은 선물이거나 유품으로 넘겨진 것이 아니라면 만든 사람이 소지하죠. 이 매듭은 선물용이 아니에요."

 

  남자의 손가락이 목걸이 끈을 보란 듯 톡톡 건드렸다. 경청하던 체크 남방은 종이에 쓰인 가설 중 몇 가지를 재빨리 펜으로 죽죽 그어 나갔다.

 

  "그렇다고 해도- 솔개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용의자를 특정하기란 어려우실 거예요."

 

  열의가 넘치는 인간 조사관의 반응을 멀거니 보던 남자는 쿠키를 한 조각 집어 심심한 입에 밀어 넣었다. 이 구역에 몇 달 전 새로 발령받은 조사관은 사복 차림으로 만날 때마다 꼭 체크무늬가 빠지질 않았다. 품이 넉넉한 남방을 빨주노초파남보 색깔별로 옷장에 늘어놓기라도 하는 건지. 하의마저 체크무늬가 아니라 다행인 걸까.

 

  흰족제비가 잡념의 샛길로 빠진 남자의 의자 다리를 툭 찼다.

 

  "넌 누군지 알잖아. 빨리 불어."

 

  여백에 깨알같이 모든 것을 메모하던 조사관의 고개가 홱 들렸다. 고민하는 표정을 더 감상하고 싶었는데. 남자는 쿠키 부스러기를 털어내며 고분고분히 답했다.

 

  "예, 예. 만든 녀석은 하세예요. 혹시 피해자 족제비가 가로수길 근처에 사는 아이인가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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