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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론은 지금 나는 대학교에 수업을 들으러 와야 했단 것이다. 차라리 큰 변화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일상에서 비라는 짜증만 추가되었다. 자리 뒷구석에 앉아 교수님의 시선을 피하려 애썼다.

 

“그러니까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서 너희 같은 인재들이 잘 배우고 빠르게 사회에 뛰어 들어 줘야 부족한 인력이 수급되고…….”

 

또 저 얘기. 지겨운 얘기라서 고개를 잔뜩 수그리고 몰래 핸드폰이나 했다. 하나 말 안 한 게 있는데 사실 내가 그 유망 직업인 환경 관련 학과 출신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공대 중에 제일 낮은 학과라서 들어갔는데 갑자기 부모님의 기대와 국가의 기대까지 한 몸에 받는 귀한 인재가 되어버렸다. 아쉽게도 과가 아닌 학교 보고 들어온 사람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뭐 그래서 저렇게 우리가 빨리 연구에 뛰어 들어야 한다, 지구가 위기에 빠졌다 라면서 엄청 대단한 것처럼 교수님들이 늘 떠들어대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이 대학교는 그리 좋은 대학은, 그렇다고 최하위권도 아닌 애매한 대학교라는 점이다. 그저 이 대학보다 좋은 대학교 나와 놓고는 여기서 교수 하던 게 억울했던 우리 교수님들에게 비라는 좋은 사건이 나와주니 신나셔서 저러는 거라고 밖에는 생각이 되지 않는다. 시계를 본다. 아직 수업 1시간이나 남았다. 한숨을 푹 쉬며 잠과의 싸움에 시작했다.

 

 

 

“좋은 말씀 듣고 가세요-.”

 

아 그리고 비가 오기 시작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대학가에 사이비 전도사들이 많아졌다는 걸 꼽을 수 있겠다. 가끔씩 불쌍해서 나눠주는 전단지를 하나씩 받곤 했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사실 이 세계는 성경에서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 나온 대홍수처럼 모두 물에 잠겨 멸망했고 우리는 사후세계와 현생 그 사이쯤에 머물러 있는 상태이며 이렇게 많은 인구를 멸망시켜본 적은 신도 처음이기에 사후세계에 자리도 없고 심판도 받아야 하니 이 곳에 우리를 잠시 머무르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끊이지 않는 비가 우리가 대홍수로 죽은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참, 기도 안 차서 말이지. 어디 인터넷 소설 작가가 쓸 법한 이야기로 사이비 종교를 만들었대? 근데 놀라운 사실은 생각보다 신도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뭐 비가 2년째 매일 내리고 있으니 그런 거에 안 미치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이해한다. 게다가 대부분 신도들이 비 때문에 농사를 망친 농민들이라고 한다. 이런 걸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쓰라려서 이렇게 전단지를 또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생각은 종종 든다. 왜 전단지를 만들면서 디자이너는 구하지 않는 거지? 디자인이 너무 쓰레기잖아!

 

 

 

수업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습한 빌딩에 발을 들인다. 이제는 집집마다 놓여져 있는 우산 거치대에 빗물을 털어 걸어 놓고 원룸의 문을 열었다. 침대에 누워 받았던 전단지를 펼친다. ‘하루 종일 비가 오는 이 세상이 진짜라고 생각하십니까? 정신 차리십쇼! 우리는 이미 죽은 사람들 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신을 믿어야 심판의 날 때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실없는 소리, 전단지를 구겨 바닥에 던져버렸다. 평생 저런 걸 믿는 사람들은 바보라고 생각했는데. 눈을 감아 잠시 피곤한 몸을 쉬게 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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